"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고 했던가. 그러나 매가 사라진 자리에, 우리는 무엇을 세워야 하는가." 분필 가루가 가라앉지 않은 교실. 깨진 유리창 사이로 들어온 빛이 엎어진 책상 위에 길게 누워 있다. 누군가는 이곳을 전쟁터라 부르고, 누군가는 여전히 이곳을 학교라 부른다. 넷플릭스 〈참교육〉은 바로 그 경계 위에서 시작한다. 무너진 교권, 사라진 질서, 그리고 그 폐허로 단신으로 걸어 들어가는 한 사람의 뒷모습.통쾌하다. 그리고 동시에, 어딘가 불편하다. 이 두 감정이 한 화면 안에서 공존한다는 것 — 그것이 〈참교육〉이라는 시리즈의 가장 정직한 얼굴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08C7wXGMM-Q 작품 정보항목내용 제목참교육 (Teach You a Lesson)공..
세상은 굴뚝의 연기 색으로 한 시대의 끝과 시작을 읽는다. 검은 연기는 침묵이고, 흰 연기는 새 이름이다. 그런데 그 연기 너머,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어떤 색이었을까.오래전, 가톨릭 신자로서 이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처음 보았던 밤을 기억합니다.그때 나는 이렇게 썼습니다. "생존해 계신 이 두 분을 영화는 어떻게 그렸을까."그 문장이, 지금은 아립니다.베네딕토 16세는 2022년 마지막 날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5년 봄의 부활절 다음 날에 — 두 분 다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화면 속에서 피자를 나누고 축구 중계를 함께 보던 두 사람은, 이제 둘 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그래서 다시 본 〈두 교황〉은, 5년 전과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어 있었습니다.그때는 '권력의 대화'였습니..
"10년 만의 칸, 그리고 부산행이라는 그림자"연상호 감독이 돌아왔다. 그것도 〈부산행〉(2016) 이후 정확히 10년 만에 칸 영화제 레드카펫 위로.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군체〉는 월드 프리미어 상영 후 7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화려하게 베일을 벗었고, 국내에서는 5월 21일 개봉 후 4일 만에 누적 관객 100만을 돌파했다. 2026년 개봉작 중 최단 기록이다. '왕과 사는 남자'보다 빠른 속도다.그런데 흥미로운 건 칸 직후 감독 본인이 한 인터뷰에서 토로한 한 마디였다. "이제 다들 나를 〈부산행〉 만든 사람으로만 본다. 그 기대감이 엄청난 부담이었다." — 솔직히 극장에 앉아 스크린을 마주하는 두 시간 내내, 그 부담감이 작품 곳곳에서 비집고 나오는 게 느껴졌..
영화를 보고 나온 길, 같이 간 아들이 한마디를 던졌다."다른 공포영화랑 달라. 알싸하게 매운 맛이야." 이 말이 너무 정확해서 한참을 곱씹었다. 보통 공포영화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맵다", "짜다", "쎄다" 같은 것들이다. 〈곤지암〉처럼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자극, 〈컨저링〉처럼 강렬한 한방. 그런데 〈살목지〉는 그 결이 다르다. 한 입 베어물면 매운 게 아니라 혀끝이 알알하게 마비되는 느낌, 시간이 지나도 입안에 그 기운이 남아 있는 그런 맛. 영화관을 나와 차에 올라타고 한참 운전을 하는데도 살목지의 검은 물 표면이 자꾸 떠올랐다.오랜만에 한국 공포영화가 제대로 한 건 했다. 손익분기점 80만, 그런데 300만을 넘어버린 영화먼저 숫자부터 짚고 가자. 제작비 30억 원 — 웬만한 한국 공포영..
앙투안 후쿠아 감독, 존 로건 각본 / 자파 잭슨 주연 / 2026년 4월 개봉 극장을 나서며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명백한 기쁨이고, 다른 하나는 그만큼 또렷한 아쉬움이다. 이 영화는 그 둘을 분리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이 글도 그 두 감정 사이를 오가며 쓸 수밖에 없다.1. 팬으로서, 그의 노래를 다시 듣게 된다는 것가장 솔직한 고백부터 하자면, 나는 이 영화의 음악 장면에서 행복했다.스크린에서 〈Don't Stop 'Til You Get Enough〉의 인트로가 흐르고, 〈Billie Jean〉의 그 베이스 라인이 깔리고, 〈Beat It〉의 기타가 터질 때, 나는 영락없는 팬의 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잘 만든 음향 시스템으로, 큰 화면 앞에서, 그의 음악을 처음 ..
"이 세상 그 무엇도 끈기를 대신할 수 없다."— Ray Kroc의 사무실에 걸려 있던 한 줄.어떤 영화는 극장의 어둠 속에서 본다.또 어떤 영화는, 강의실의 형광등 아래 학생들과 함께 본다.「파운더」는 후자에 가까운 영화다.스크린이 꺼지고 나면, 박수보다 먼저 메모장이 펼쳐지는 영화.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묻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창업이라는 두 글자를 진지하게 마주해 본 사람이라면,이 영화의 어느 한 장면 앞에서필연적으로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영화 정보제목 : 파운더 (The Founder)감독 : 존 리 핸콕 (John Lee Hancock)각본 : 로버트 D. 시걸 (Robert D. Sie..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넌 영원한 나의 앤디야"— 나이젤오후의 극장은 비어 있었다.객석 한가운데에 앉아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열 명 남짓의 관객.전 세계 최초 개봉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4월의 평일 오후는 고요했다.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예전같지 않은 영화관의 풍경이지만 왠지 오늘의 빈 영화관의 공기는나쁘지 않았다.스크린 위에서는 화려한 런웨이가 펼쳐지고,객석에서는 빈 의자들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이 거리감 자체가, 이미 영화의 한 부분처럼 느껴졌다.영화는 종이 잡지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이야기다.화면 안과 밖의 풍경이 묘하게 겹쳐졌다.영화 정보제목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The Devil Wears Pr..
"나는 이제 어디로 갑니까…"어떤 영화는 보고 난 뒤,한참을 글이 되지 못한 채 마음에 머문다.「왕과 사는 남자」가 내겐 그런 영화였다.개봉 당일, 부모님을 모시고 극장에 갔다.노부모의 옆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는 일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작은 풍경이 된다.객석의 불이 꺼지고, 청령포의 강물이 화면 위로 흘러갈 때,나는 영화를 보면서 동시에영화를 보는 부모님의 옆얼굴을 자꾸만 바라보았다.그 두 겹의 시간을 글로 옮기는 일이쉽지 않아, 리뷰가 자꾸 늦어졌다.영화 정보제목 : 왕과 사는 남자감독 : 장항준출연 :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 김민, 이준혁장르 : 사극 드라마러닝타임 : 117분개봉 : 2026년 2월 4일누적 관객 : 1,663만 명 (역대 한국영화 흥행 2위)수상 · 후보 : 제62..
"넘어지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건,어쩌면 슬픈 일이 아니라,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서울의 어느 반지하.전기세 고지서가 식탁 위에 두 장 겹쳐 있고,핸드폰은 좀처럼 울리지 않는다.울리더라도, 합격 통보는 아니다.부산에서 올라온 사내가 또 오디션장 앞에 선다.대사는 자꾸 꼬이고,서울말은 자꾸 더 꼬이고,연애도 밀당에 밀린다.그의 이름은 짱구다.어쩌면, 짱구라는 이름의 어떤 시절이다.영화 정보제목 : 짱구감독 : 정우, 오성호 공동 연출각본 · 제작 · 주연 · 삽입곡 가창 : 정우출연 : 정우, 정수정, 신승호, 조범규, 현봉식개봉 : 2026년 4월 22일선공개 :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스페셜 프리미어'계보 : 영화 「바람」(2009)의 정신적 후속작99번 넘어지고, 100번째 일..
"이름은 사라지지 않는다.다만, 누군가 다시 부르기 전까지 숨을 죽이고 있을 뿐."제주의 봄은 환하다.너무 환해서, 잔인하다.무용 선생 정순은 그 봄볕 한가운데 천천히 무너진다.까닭을 모르는 채로,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그녀가 닿는 자리마다, 78년 전의 그 봄이 밀려든다.이름 하나가 깨어나려 하고 있다.영화 정보제목 : 내 이름은감독 : 정지영출연 : 염혜란, 김규리, 박지빈, 이소이, 심지유, 차준희장르 : 미스터리 드라마개봉 : 2026년 4월 15일러닝타임 : 본편 + 약 5분의 엔딩 크레딧공식 초청 :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두 개의 이름, 그리고 78년의 봄1998년 제주.한국무용을 가르치는 정순은 늦둥이 고등학생 아들 영옥을 홀로 키운다.봄볕 아래 가끔 쓰러지는 일을 빼면, 그녀의..
어떤 상실은,말로 설명되지 않는다.그것은 갑작스럽게 찾아오고,순식간에 모든 질서를 무너뜨린다.그리고 그때, 사람은 선택하게 된다.기다릴 것인가.아니면, 직접 움직일 것인가.《Protector》는 그 선택의 순간에서 시작한다.망설임 없이, 그리고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영화에 대하여이 작품은 단순한 액션 영화로 보이지만,조금 더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층위를 가진다.헐리우드 액션의 문법 위에,한국 제작진이 참여한 구조가 겹쳐지며익숙한 형식 안에서 미묘한 변주를 만들어낸다.주연은 밀라 요보비치.그녀는 이미 수많은 작품을 통해“여성 액션 히어로”라는 하나의 계보를 만들어온 배우다.그러나 이 영화에서 그녀는,그 계보를 다시 정의하려는 듯 보인다.🎭 한 배우의 시간밀라 요보비치라는 이름을 떠올리면가장 먼..
🎨 문화가 있는 날 - 매달 마지막 수요일, 당신의 일상에 문화를 담다― ‘문화가 있는 날’을 아시나요?“문화는 특별한 날에만 누리는 것이 아닙니다.우리가 매일 걷는 길 위에도, 평범한 일상 속에도문화는 조용히 스며들어 있습니다.”바쁘게 흘러가는 하루,그 속에 작은 여유 하나 놓치고 계셨다면이 소식을 주목해보세요.📌 문화가 있는 날이란?‘문화가 있는 날’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문화 향유 확대 정책으로,매달 마지막 수요일, 전국 곳곳에서영화, 공연, 전시, 스포츠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할인된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날입니다.🎯 취지누구나 쉽게 문화를 접하도록지역 곳곳의 문화 인프라 활성화일상에서의 문화 향유 확산 이날만큼은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해지는 하루가 됩니다.문화는 누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