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한 사람은 운을 타고났고,한 사람은 평생 그 운을 옆에서 지켜봤다. 추석 전날 극장은 붐볐다.20년 전 이맘때, 누군가는 이 자리에서 고니를 만났을 것이다.2014년엔 대길을, 2019년엔 일출을.그리고 2026년 가을, 마지막 패가 펼쳐진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시리즈의 마침표라는 무게를 짊어진 영화.그런데 막상 스크린 앞에 앉아 보니, 이 영화는 마침표보다 새 문장에 가까웠다. 작품 정보 제목: 타짜: 벨제붑의 노래 (Tazza: The Song of Beelzebub)개봉: 2026년 9월 23일러닝타임: 129분등급: 청소년 관람불가장르: 범죄, 드라마감독: 최국희각본: 최국희, 김현원작: 허영만·김세영 만화 「타짜」 4부 '벨제붑의 노래'출연: 변요한(장태영), 노..
"통(通)하였느냐?"—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2003) 중에서 스물세 해가 흘렀다.붓끝으로 쓴 연서가 다시 펼쳐졌다. 이번엔 극장이 아니라 거실이다. 스크린이 아니라 재생 버튼이다.2003년 가을, 한 편의 사극이 극장을 흔들었다. 청소년 관람불가. 조선. 그리고 사랑을 내기로 거는 사람들. 352만 명이 그 은밀한 서신을 엿보러 극장에 갔다.2026년 9월 18일. 넷플릭스가 같은 이름을 걸었다. 〈스캔들〉. 여덟 개의 에피소드. 손예진, 지창욱, 나나.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같은 온도는 아니다.오늘은 두 개의 스캔들을 나란히 놓아 본다. 영화와 드라마, 두 시간과 여덟 시간. 평론가의 펜과 관객의 댓글. 무엇이 남았고, 무엇이 흘렀는지.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2003) 메..
사랑하고 일하라. 일하고 사랑하라. 그게 전부다.지그문트 프로이트. 2015년 원작 인턴이 첫 장면에서 빌려온 문장 아침 일곱 시. 넥타이를 맨다.갈 곳이 없는 사람도 넥타이를 맬 수 있다. 다만 오래 매고 있기는 어렵다.37년을 출근한 남자가 있다. 아내는 먼저 떠났고, 딸은 먼 나라에서 가정을 꾸렸다. 집은 조용하고, 하루는 길다.어느 날 그는 다시 정장을 꺼낸다. 이번에는 막내다. 목에 걸린 사원증에는 인턴이라고 적혀 있다. 영화 정보제목: 인턴 (2026)감독: 김도영출연: 최민식, 한소희, 김준한, 류혜영, 김금순, 박예니, 김요한, 임성균, 윤상정원작: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인턴 (The Intern, 2015)제작: 앤솔로지스튜디오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개봉: 2026년 9월 16일러닝타..
"영화는 초당 24프레임의 진실이다."장뤽 고다르는 그렇게 말했습니다.그렇다면 초당 24프레임을 기계가 생성한다면, 그것은 무엇의 진실일까요.2026년의 극장가를 걷다 보면 이 질문이 더 이상 사고 실험이 아니라는 걸 느낍니다. 칸의 레드카펫 옆에 엔비디아의 부스가 서고, 넷플릭스의 실적 발표에 '생성형 AI'라는 단어가 배우 이름보다 자주 등장하는 시대. 오늘은 리뷰가 아니라 지도를 그려보려 합니다. AI가 영화산업의 어디까지 들어왔는지,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극장의 어둠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나, 숫자는 이미 결론을 내렸다먼저 차가운 숫자부터.글로벌 AI 영상 시장 규모 : 2025년 약 320억 달러 → 2030년 1,330억 달러 전망중국 숏폼 영상 시장 : 2026년..
"결과를 쫓는 게 아닙니다. 그냥 친구들과 함께 달리는 게 좋을 뿐이에요."2026년 1월 18일, 홍콩 빅토리아 파크. 스탠다드차타드 홍콩 마라톤 10km 코스의 결승선을 일흔 살의 한 사내가 통과했다. 기록은 2시간 23초. 순위표 어디쯤인지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 순간 현장 DJ가 튼 음악이 〈도신 - 정전자〉의 테마곡이었기 때문이다. 결승선의 관중들은 일제히 알아챘다. 아, 도신이 들어온다.그의 이름은 주윤발. 우리가 '따거'라고 불렀던 사람이다. 섬의 소년, 벨보이가 되다1955년 홍콩 라마섬.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어촌 마을에서 한 소년이 태어난다. 아버지는 셸 정유회사의 노동자였고, 어머니는 채소를 팔았다. 소년은 새벽에 일어나 어머니를 도와 짐을 날랐다.열일곱에 학교를 그만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