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플랫폼 사이를 떠돌 뿐이다."문득 어떤 영화가 보고 싶어지는 밤이 있다. 오래전 극장에서 스쳐 보냈던 장면 하나가, 누군가의 한 마디가, 갑자기 그 영화를 다시 불러낸다. 리모컨을 든다. 넷플릭스를 검색한다. 없다. 티빙을 연다. 없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왓챠. 없다, 없다, 없다. 다섯 개의 앱을 헤매다 보면 어느새 보고 싶던 마음마저 식어버린다.혹시 익숙한 풍경 아닌가. 오늘은 이 소모적인 여정을 단 한 번의 검색으로 끝내는 방법을 정리한다.첫 번째 도구: 키노라이츠 — 한국 OTT 검색의 표준국내 이용자라면 사실상 이것 하나로 충분하다. 키노라이츠는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디즈니플러스 등 국내 주요 OTT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합 검색하는 서..
"귀를 향한 것은 눈을 향한 것보다 더 깊은 곳에 닿는다."영화감독 로베르 브레송이 남긴 말의 요지다. 나는 이 문장을 극장 안에서 자주 떠올린다.극장에서 우리는 눈을 감을 수 있다. 무서운 장면에서, 혹은 너무 벅찬 장면에서. 하지만 귀는 닫을 수 없다. 소리는 허락을 구하지 않고 몸으로 들어온다. 어둠 속에서 스크린이 켜지기도 전에, 극장은 이미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좌석 팔걸이를 타고 올라오는 낮은 진동, 머리 위 어딘가에서 스치는 바람 소리, 등 뒤에서 다가오는 발소리. 영화는 눈으로 보는 예술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영화가 우리를 가장 먼저 붙잡는 감각은 청각인지도 모른다.오늘은 그 소리의 기술, 돌비 애트모스와 돌비 시네마 이야기다. 그리고 기술의 그릇에 담기는 내용물, 즉 영화음악을 만들어온..
"침묵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다. 침묵은 나에게 위안이며,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 드니 빌뇌브, 〈Little White Lies〉 인터뷰 中 스크린이 어두워지고,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것은 시작이 아니다. 시작 이전이다. 드니 빌뇌브의 영화는 늘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서.극장 안의 공기가 자기 자신의 호흡을 의식하기 시작할 때, 그제야 그의 영화가 시작된다. 모래가 흩날리거나, 우주선이 정지하거나, 외계 생명체가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 그 모든 결정적 순간에 빌뇌브는 말을 빼앗는다. 우리에게서, 그리고 자신의 인물들에게서.1. 「나는 대사를 증오한다」2024년 2월, 〈Dune: Part Two〉의 개봉을 앞두고 빌뇌브가 영국 〈더 타임스(The..
그 사내의 이야기를 들려다오. 트로이를 무너뜨리고도, 십 년을 바다 위에서 떠돈 사내의 이야기를.호메로스가 무사 여신에게 청했던 노래를, 이번에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필름 위에 청했다. 나는 그 노래를 들으러 극장에 갔다. 그리고 172분 뒤,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나왔다.프롤로그 - 오랜만에, 꽉 찬 극장불이 꺼지기 전부터 이상했다. 빈자리가 없었다. 팝콘 냄새와 낮은 웅성거림, 상영관 전체가 미세하게 들떠 있는 공기. 팬데믹 이후 이런 밀도의 극장을 마지막으로 느낀 게 언제였는지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옆자리 관객은 오디세이아 문고본을 들고 있었다. 3천 년 전의 이야기를 보러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상영 전부터 이미 하나의 사건이었다.그리고 불이 꺼졌다. 이후 세 시간 가까이, ..
빛은 늘 같은 빛이었다. 달라진 것은 그 빛을 받아내는 면(面)의 크기, 그리고 그 면이 내 눈을 얼마나 덮느냐였다.용산아이파크몰 6층. 20관 앞에 서면 문이 열리기 전부터 알 수 있다. 안쪽 공기가 다르다. 저음이 벽을 타고 새어 나온다. 문이 열리고 통로를 걸어 들어가는 순간, 스크린은 정면에 있지 않다. 위에 있다. 고개를 들어야 끝이 보인다. 그 각도가 아이맥스의 전부라고 해도 좋다.극장에 갈 때마다 우리는 선택을 강요당한다. 아이맥스, 스크린X, 4DX, 돌비, 수퍼플렉스, MX. 티켓값은 다르고 설명은 비슷하다.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차이가 정말 돈값을 하는지.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아이맥스는 ‘Image Maximum’의 약자로 캐나다에서 최초 만들어진 1.43: ..
아무도 당신을 모른다면, 당신이 한 일은 누구의 것이 되는가.8월의 극장은 늘 서늘하다. 바깥은 아스팔트가 녹을 것 같은데, 상영관 문을 밀고 들어가는 순간 공기가 한 겹 내려앉는다. 그 낙차가 좋아서 여름마다 극장에 간다. 이번에도 그랬다.객석은 가족 단위가 많았다. 어린아이가 스파이디 마스크를 쓰고 앞줄에 앉아 있었다. 불이 꺼지고 1인칭 웹 스윙으로 오프닝이 시작되자 그 아이가 몸을 뒤로 젖혔다. 나도 조금 젖혔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의 몸을 건드리는 방식을 알고 있었다. 영화 정보제목: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Spider-Man: Brand New Day)감독: 데스틴 대니얼 크레턴각본: 크리스 맥케나, 에릭 소머즈출연: 톰 홀랜드, 젠데이아, 세이디 싱크, 제이콥 배덜런, ..
"설득당하지 못한 채로, 나는 156분을 앉아 있었다."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을 때, 옆자리 남자가 일행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얘기야?" 그 뒤쪽에서는 누군가 "와 미쳤다"라고 중얼거렸다. 같은 상영관, 같은 러닝타임을 통과한 두 사람의 감상이 정반대였다. 나는 그 사이 어디쯤에 앉아 있었다. 재밌었다는 말도, 별로였다는 말도 다 맞는데 어느 쪽도 정확하지 않은 상태. 나홍진의 영화는 늘 관객을 이런 자리에 남겨두고 떠났지만, 〈호프〉의 그것은 조금 다른 종류의 잔상이었다. ⸻영화 정보제목 : 호프 (HOPE, 2026)감독 : 나홍진각본 : 나홍진촬영 : 홍경표미술 : 이후경출연 :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음문석,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장르 : 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