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이맥스는 없다 — 용아맥과 '라이맥스', 그리고 극장 기술의 계보
- Tech
- 2026. 8. 19.
빛은 늘 같은 빛이었다. 달라진 것은 그 빛을 받아내는 면(面)의 크기, 그리고 그 면이 내 눈을 얼마나 덮느냐였다.
용산아이파크몰 6층. 20관 앞에 서면 문이 열리기 전부터 알 수 있다. 안쪽 공기가 다르다. 저음이 벽을 타고 새어 나온다. 문이 열리고 통로를 걸어 들어가는 순간, 스크린은 정면에 있지 않다. 위에 있다. 고개를 들어야 끝이 보인다. 그 각도가 아이맥스의 전부라고 해도 좋다.
극장에 갈 때마다 우리는 선택을 강요당한다. 아이맥스, 스크린X, 4DX, 돌비, 수퍼플렉스, MX. 티켓값은 다르고 설명은 비슷하다.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차이가 정말 돈값을 하는지.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아이맥스는 ‘Image Maximum’의 약자로 캐나다에서 최초 만들어진 1.43: 1 비율의 극장용 영화 포맷이다. 이름 그대로, 인간의 시야각에 최적화 된 영상. 아이맥스는 단순히 큰 화면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뜻하지 않는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아이맥스 3D로 상영되지만, 모든 아이맥스 영화가 3D인 것 또한 아니다. 2D 포맷의 <덩케르크> 또한 아이맥스로 촬영된 대표적인 영화다. 다시말해, 아이맥스는 인간의 시야로 경험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감각을 영상으로 일깨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또한 영화의 모든 장면이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됐다.
화면비론 - 아이맥스는 '크기'가 아니라 '높이'의 문제다
가장 흔한 오해부터 걷어내자. 아이맥스는 스크린이 큰 극장이 아니다. 스크린이 세로로 높은 극장이다.
일반 상업영화의 화면비는 대개 두 가지다. 스코프라 부르는 2.39대 1, 그리고 플랫이라 부르는 1.85대 1. 둘 다 가로로 길쭉하다. 아이맥스 디지털 규격은 1.90대 1이다. 그리고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가 담아내는 원본 비율은 1.43대 1이다.
숫자만 보면 사소해 보인다.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2.39대 1에서 1.43대 1로 넘어갈 때 화면은 좌우로 넓어지지 않는다. 위아래로 열린다. 하늘이 생기고 바닥이 생긴다. 인물의 머리 위 공간이 생기고, 우주선의 아래쪽이 보이기 시작한다. 시야의 주변부까지 화면이 차오르면서 뇌가 '내가 보고 있다'가 아니라 '내가 그 안에 있다'로 착각하기 시작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인터스텔라와 오펜하이머, 덩케르크에서, 드니 빌뇌브가 듄에서 굳이 무겁고 시끄럽고 비싼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를 끌고 나간 이유가 여기 있다. 그들은 더 큰 화면을 원한 게 아니다. 더 높은 화면을 원한 것이다.


용아맥 — '국내 유일'이라는 말의 정확한 뜻
CGV 용산아이파크몰 20관. 2017년 7월에 문을 열었다. 가로 31미터, 세로 22.4미터. 좌석 624석. 멀티플렉스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아이맥스 스크린이다.
그런데 용아맥의 진짜 정체성은 이 숫자가 아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1.43대 1 화면비를 잘림 없이 상영할 수 있는 상영관이라는 사실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두 가지가 동시에 맞아야 한다. 첫째, 스크린 자체가 1.43대 1 규격(GT 규격)이어야 한다. 둘째, 그 비율을 쏘아 올릴 수 있는 GT 레이저 듀얼 영사기가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 이 두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은 용산 한 곳뿐이다.
용아맥에서만 볼 수 있는 사소한 의식이 하나 있다. 상영 전 광고와 대피 안내는 일반 디지털 영사기로 나온다. 본편이 시작되면서 GT 레이저로 전환되는 순간, 화면의 밝기와 검정이 한 단계 다른 곳으로 넘어간다. 매번 봐도 그 전환의 순간이 좋다. 극장이 자기 최고 성능을 꺼내 드는 소리 없는 선언 같아서.
단점도 정직하게 적어둔다. 스크린이 워낙 크고 앞줄이 스크린에 너무 가깝다. A열에서 C열 사이는 화면이 머리 위로 치솟아 목이 아프고, 자막을 읽다가 영화를 놓친다. 통상 중앙 기준 G열에서 K열 사이가 명당으로 꼽힌다. 좌우로도 넓기 때문에 좌석 번호는 가급적 정중앙에 가깝게 잡는 편이 낫다.

그렇다면 다른 아이맥스는 가짜인가 — '라이맥스'라는 조롱에 대하여
인터넷에는 '라이맥스(LieMAX)'라는 말이 돈다. 아이맥스 간판만 달고 스크린은 일반관과 큰 차이가 없는 상영관을 조롱하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짜는 아니다. 다만 등급이 다르다.
아이맥스는 단일 규격이 아니다. 스크린 규격(1.43대 1 GT / 1.90대 1 디지털), 영사 방식(필름 / 제논 램프 / 레이저), 해상도(2K / 4K), 사운드 채널 수(6채널 / 12채널). 이 네 가지 축이 지점마다 다르게 조합된다. 간판은 하나인데 내용물은 여러 층위다.
그리고 냉정하게 말하자면, 국내 아이맥스관 중 상당수는 스크린 크기 면에서 아쉽다. 용산, 부산 센텀시티, 천호, 울산삼산, 전주효자, 왕십리, 일산, 영등포, 동탄 정도를 제외하면 "이게 아이맥스가 맞나" 소리가 나오는 곳도 있다. 좌석 대비 시야각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이맥스라는 이름은 그저 티켓 가격의 근거로만 남는다.
다만 한 가지는 짚어야 공평하다. 2.39대 1로 촬영된 대부분의 블록버스터는 아이맥스 상영관 어디서 봐도 체감 차이가 크지 않다. 용아맥의 진가는 아이맥스 카메라 비율로 촬영된 장면이 있는 작품에서만 드러난다. 놀란이나 빌뇌브의 신작 앞에서 예매 전쟁이 벌어지고, 마블 신작 앞에서는 덜한 이유가 그것이다. 무엇을 보러 가느냐가 어디서 보느냐를 결정한다.

영사기 계보 — GT, CoLA, XT, 그리고 제논
아이맥스 영사기의 이름들은 낯설지만 구조는 단순하다.
필름 시대에는 15/70 필름을 썼다. 일반 35밀리 필름과 달리 필름이 가로로 흐르고, 프레임 한 칸이 압도적으로 크다. 이 필름을 상영하던 소규모 규격이 MPX였다. 국내에서는 용산, 왕십리, 일산, 대구에서 운용하다 모두 철수했다.
디지털 전환 이후에는 제논 램프를 쓴 2K 디지털 아이맥스가 표준이었다. 밝기와 색 재현이 아쉬웠다.
그리고 레이저가 왔다. 레이저 영사기는 4K 해상도와 HDR급 색 재현을 지원하고, 12채널 이머시브 사운드가 함께 따라온다. 여기서 다시 세 갈래로 나뉜다.
GT 레이저: 듀얼 모듈, 듀얼 렌즈. 1.43대 1까지 커버한다. 아이맥스의 최상위 사양이다. 국내에서는 용산이 최초이자 사실상 유일한 활용처다.
CoLA(Commercial Laser): 싱글 모듈, 듀얼 렌즈. 가로 26~27미터급 스크린까지 커버하지만 화면비는 1.90대 1까지다.
XT 레이저: 싱글 모듈. 중소형 상영관용이다.
여기서 국내 아이맥스 지형의 가장 서글픈 아이러니가 나온다. CGV 천호다. 천호는 개관 당시부터 GT 레이저 도입을 염두에 두고 스크린을 1.43대 1 규격으로 설치했다. 그런데 영사기가 오지 않았다. 10년 가까이 서울 유일의 2K 디지털 아이맥스로 남아 있다가, 2025년 12월에야 레이저 리뉴얼이 끝났다. 들어온 건 GT가 아니라 CoLA였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GT 규격 스크린을 가졌지만 GT 상영은 하지 못하는 상영관. 그릇은 있는데 담을 것이 없는 셈이다.
반대 방향의 아이러니도 있다. 부산 센텀시티는 GT 레이저 영사기를 쓰지만 스크린이 1.90대 1 규격이다. 영사기는 있는데 그릇이 다르다. 천호와 센텀시티는 정확히 서로의 거울상이다.
이 밖에 광교가 2020년 국내 두 번째 아이맥스 레이저관으로 문을 열었고(싱글 레이저, 1.90대 1), 2022년 이후 동탄, 압구정, 대구, 대전터미널, 천안펜타포트, 영등포, 평택 등에 레이저관이 들어섰다. 2024년에는 '리본(Re-Born) 프로젝트'로 왕십리, 일산, 울산삼산, 인천의 기존 2K 디지털관이 4K 레이저와 12채널 사운드로 업그레이드됐다.
예매하기 전에 확인할 것은 딱 하나다. 그 지점이 레이저관인가, 아니면 아직 제논 2K인가.
촬영이냐 변환이냐 — DMR과 아이맥스 인증 카메라
또 하나 알아두면 좋은 구분이 있다. 아이맥스로 개봉했다고 해서 아이맥스로 찍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맥스 개봉작은 DMR(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친 버전이다. 일반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아이맥스가 자체 알고리즘으로 재가공한다. 화질은 좋아지지만 화면비는 원본 그대로거나, 일부 장면만 1.90대 1로 확장된다.
반면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나 아이맥스 인증 디지털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작품은 애초에 화면이 세로로 열려 있다. 최근에는 전편을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는 대신, 핵심 시퀀스만 아이맥스 비율로 촬영하고 나머지는 일반 비율로 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비용 때문이다.
그래서 예매 전에 확인할 두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이 영화에 아이맥스 비율 장면이 몇 분이나 되는가. 그게 10분이라면 굳이 원정을 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게 한 시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스크린X — 주변시(周邊視)를 건드리는 기술
여기서부터는 한국이 만든 기술이다.
스크린X는 2012년 CJ CGV와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노준용 교수 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세계 최초의 다면상영 시스템이다. 정면 스크린뿐 아니라 좌우 벽면까지 세 면을 상영에 활용해 270도 시야를 만든다. 3D 안경이 필요 없고 어지럼증도 적다. 기존 상영관에 프로젝터만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도입 비용도 낮다.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단편 '더 엑스'로 처음 공개됐다.
장점은 명확하다. 콘서트 실황, 카 체이스, 군중 신, 우주 공간. 시야 가장자리까지 정보가 차오를 때의 쾌감이 있다.
한계도 명확하다. 좌우 벽면은 실버스크린이 아니라 도색된 벽면에 가깝다. 정면과 측면의 밝기와 색감이 다르고, 벽면 영상은 왜곡된다. 측면 좌석에 앉으면 한쪽 벽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비평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스크린X는 시선의 중심을 흩뜨린다. 영화 연출은 프레임 안에서 관객의 눈이 어디를 보게 할지 통제하는 예술이다. 스크린X는 그 통제를 일부 포기하는 대신 넓이를 얻는다. 그래서 이벤트성 영화에서는 강력하고, 인물의 얼굴 하나로 밀고 가는 영화에서는 방해가 된다.
4DX — 보는 영화에서 '타는' 영화로
4DX는 CJ 4DPLEX가 2009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4D 상영 시스템이다. 시작은 2009년 1월 22일 CGV 상암 7관, 당시 이름은 스마트플렉스였고 첫 작품은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였다. 2011년 하반기에 브랜드명이 4DX로 통일됐다. 2026년 기준 전 세계 70개국 740여 개 상영관으로 확장됐다.
모션 체어가 움직이고, 바람이 불고, 물이 튀고, 안개와 향기가 나온다. 핵심 기술은 장비가 아니라 프로그래밍이다. 어느 장면에서 의자를 얼마나 움직일지 사람이 일일이 설계한다.
국내 4DX의 정점 역시 용산이다. 이른바 '용포디'. 이곳에만 있는 프라임석 40석은 좌우 이동과 회전이 추가된 스웨이 앤 트위스트 모션을 지원한다. 4DX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다른 상영관과 아예 다른 물건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예매 난이도도 용아맥 명당급이다.
여기에도 비평적 논점이 있다. 4DX는 관객의 해석 여지를 줄인다. 어떤 장면이 긴장되는 장면인지, 어떤 순간이 충격인지를 4D 프로그래머가 미리 정해서 몸에 직접 입력한다. 영화가 관객에게 묻는 대신, 관객의 몸에 답을 통보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오락영화에서는 최고의 증폭 장치이고, 여백이 중요한 영화에서는 최악의 훼방꾼이다.
두 기술을 합친 것이 4DX Screen, 최근 명칭으로는 ULTRA 4DX다. 세계 최초 상영관은 2017년 용산이었고, 현재 전 세계 50여 개관이 운영 중이다.
영사기가 사라진 극장 — LED 스크린
가장 최근의 흐름은 영사기 자체를 없애는 방향이다.
삼성의 오닉스, LG의 미라클래스 같은 시네마 LED는 빛을 쏘아 반사시키는 대신 화면이 스스로 빛난다. 롯데시네마가 2018년 건대입구에 3D 오닉스를 적용한 상영관을 열었고, CGV 왕십리에도 LED관이 있으며, 메가박스는 2025년 4월 코엑스에 LG 미라클래스를 도입했다.
이론적 장점은 압도적이다. 명암비, 밝기, 색 정확도 어디에서도 영사기가 이길 수 없다. 다만 현실은 아직 과도기다. 패널 사양에 따라 검정이 회색으로 뜨거나 패널 이음매가 보인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스크린이 빛을 통과시키지 못하니 스피커를 화면 뒤에 둘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도 남아 있다. 사운드 설계가 까다로워진다.
LED 극장이 아이맥스를 대체할 것인가.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10년 뒤의 극장은 아마 이 방향에 있을 것이다.
이름의 정치학 - 수퍼플렉스, MX, 더 부티크
한 가지 구조적 사실을 알아두면 극장 브랜드가 훨씬 잘 읽힌다. 국내에서 아이맥스를 운영하는 곳은 CGV뿐이다. 아이맥스 본사와 배타적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각자의 이름을 만들어야 했다. 롯데시네마의 수퍼플렉스와 수퍼플렉스G는 스크린 크기로 승부하는 대형관이고, 메가박스의 MX는 사운드 중심 특별관, 더 부티크와 더 부티크 스위트는 좌석과 서비스로 승부하는 프리미엄관이다. 그리고 메가박스는 2020년 코엑스에 국내 최초의 돌비 시네마를 열었다.
이 마지막 이름이 다음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좌석론 - 같은 티켓값으로 다른 영화를 보는 법
특별관을 예매해놓고 자리를 잘못 고르면, 일반관보다 못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건 과장이 아니다. 아이맥스는 화면이 시야를 얼마나 덮느냐가 전부인 포맷인데, 시야각은 좌석이 결정한다. 즉 좌석 선택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포맷의 문제다.
원리부터. 극장 좌석의 좋고 나쁨을 가르는 기준은 세 가지다. 화면이 눈에 들어오는 각도, 소리가 설계된 대로 도달하는 위치, 그리고 목이 아프지 않은 높이. 국제 규격들이 권장하는 화면 시야각은 대체로 30도에서 36도 사이다. 실전에서는 이렇게 기억하면 편하다. 상영관 전체 길이를 기준으로 앞에서 60에서 70퍼센트 지점, 좌우로는 정중앙. 대부분의 상영관에서 이 지점이 화면과 소리가 동시에 맞는 유일한 구역이다.

여기서 사운드가 의외로 중요하다. 서라운드 스피커는 벽면을 따라 배치된다. 벽에 바짝 붙은 좌석은 그 스피커 하나가 다른 모든 소리를 눌러버린다. 맨 뒷줄도 마찬가지다. 뒷벽 반사음이 직접음과 겹치면서 대사가 뭉갠다. 아이맥스든 돌비든, 사운드 설계의 기준점은 언제나 관 중앙 후방이다.
아이맥스 골든 좌석. 용아맥 기준으로는 중앙 G열에서 K열 사이가 통설이다. 화면을 꽉 채우고 싶다면 I열 언저리, 자막까지 편하게 따라가고 싶다면 K열 언저리. 좌석 번호는 정중앙에 가까울수록 좋다. 용아맥은 좌우로도 워낙 넓어서, 열보다 번호를 잘못 고르는 쪽이 더 뼈아프다.
다른 지점이라면 규칙이 조금 달라진다. 경사가 완만한 상영관은 앞자리 관객의 머리가 화면 하단을 가린다. 이런 곳은 오히려 뒤쪽이 명당이다. 부산 센텀시티가 대표적으로 뒤쪽 열이 추천되는 경우다. 반대로 구조가 특이해서 앞자리가 명당인 압구정 같은 예외도 있다. 처음 가는 지점이라면 예매 화면의 좌석 배치도만 보지 말고, 그 관의 경사와 스크린 높이를 한 번 검색해보는 편이 낫다.
아이맥스에서 피해야 할 자리는 명확하다. 최전열 세 줄. 특히 용아맥의 A열에서 C열은 스크린이 머리 위로 치솟아 화면 전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자막은 사람 키보다 크게 지나간다. 두 시간 동안 목을 젖히고 있어야 하고, 결국 영화가 아니라 화면의 일부만 보고 나온다. 반대로 맨 뒷줄도 좋지 않다. 화면이 시야에 꽉 차지 않으면 아이맥스는 그냥 화질 좋은 일반관이 된다. 비싼 값을 치른 이유가 사라진다. 좌우 최측면 역시 피한다. 거대한 평면을 비스듬히 보게 되면서 화면 한쪽이 늘어나 보인다.
스크린X는 좌석의 편차가 가장 심한 포맷이다. 정면과 좌우 벽면을 동시에 봐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정중앙 외에는 설계 의도대로 볼 수 없다. 측면 좌석에 앉으면 가까운 쪽 벽면은 시야에서 벗어나고 반대쪽 벽면만 보인다. 앞쪽 두세 열도 좋지 않다. 벽면 영상이 시야 뒤로 넘어가 버린다. 맨 뒷열은 반대로 벽면이 너무 멀어져 3면 효과가 희미해진다. 결론은 단순하다. 스크린X는 중앙 열, 중앙 번호가 아니면 굳이 추가 요금을 낼 이유가 없다.
4DX는 원리가 완전히 다르다. 모션 체어는 개별로 움직이지 않는다. 보통 네 좌석이 하나의 모듈로 묶여 함께 움직인다. 놀이공원의 바이킹과 같아서, 모듈의 바깥쪽 끝자리가 가장 크게 흔들린다. 네 자리짜리 모듈이라면 양 끝 두 자리가 강하고, 가운데 두 자리는 얌전하다. 모션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모듈 끝, 어지러움이 걱정된다면 모듈 안쪽을 고르면 된다.
4DX 상영관은 스크린이 작은 편이라 화면 기준으로는 앞쪽인 D열에서 F열 정도가 무난하다. 물 효과가 싫다면 예매 시 워터 오프 좌석을 확인하거나 상영 전 좌석 옆 스위치를 끄면 된다. 통로 쪽 좌석은 바람과 안개 노즐이 가까워 효과가 강한 대신, 조용한 장면에서 노즐 소음이 들리기도 한다. 그리고 용산 프라임석처럼 별도 사양의 좌석이 있는 지점은 열이나 번호보다 그 좌석 구역 자체를 잡는 것이 우선이다.
포맷과 무관하게 공통으로 피해야 할 자리도 정리해둔다. 출입문 바로 옆은 상영 중 빛이 샌다. 통로 옆은 오가는 사람과 늦게 들어오는 관객을 계속 마주친다. 영사창 아래나 영사기가 객석 안으로 노출된 구조의 상영관은 조용한 영화에서 기계음이 들린다. 커플석과 리클라이너 뒷줄은 앞 좌석 등받이가 젖혀지면서 시야를 잠식한다.
마지막으로 예매 실무. 인기작의 명당은 오픈과 동시에 사라진다. 오픈 시각에 좌석 배치도를 처음 열어보면 이미 늦다. 미리 그 관의 좌석표를 띄워두고 목표 좌석과 차선책 두세 개를 정해둔 다음, 그 자리만 클릭한다. 실패했다면 포기하지 말고 취소표를 노린다. 취소 수수료가 붙기 직전 시점과 상영 시작 직전 시간대에 표가 풀린다. 정확한 취소 규정은 극장마다 다르고 바뀌기도 하니 예매 전에 한 번 확인해두면 좋다.
좋은 자리를 잡는 일은 결국 돈을 아끼는 일이 아니다. 이미 낸 돈만큼을 실제로 받아내는 일이다.
그래서 무엇을 어디서 볼 것인가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은 장면이 많은 영화라면, 원정을 감수하고서라도 용산이다. 그건 화질 차이가 아니라 다른 영화를 보는 일에 가깝다.
일반적인 스코프 블록버스터라면 가까운 레이저 아이맥스로 충분하다. 지점 확인만 하자. 레이저인지 아닌지.
콘서트 실황과 대규모 액션이라면 스크린X가 즐겁다. 단, 중앙 좌석에서.
몸으로 즐기는 오락영화라면 4DX. 이왕이면 용산 프라임석.
그리고 대사와 얼굴로 밀고 가는 영화라면, 조용한 일반관의 좋은 자리가 최선이다. 기술이 필요 없는 영화도 있다. 오히려 기술이 방해가 되는 영화가 있다.
마무리
기술의 목록을 정리하다 보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우리는 스크린을 넓히고 높이고 벽까지 칠하고 의자를 흔들어 왔다. 전부 하나의 목적을 향한다. 관객이 자기가 극장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것.
그런데 정작 오래 남는 영화들을 떠올려보면, 그 순간 내가 어떤 상영관에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건 화면비가 아니라 얼굴이고, 채널 수가 아니라 침묵이다.
그래도 나는 다음 놀란 신작 예매일에 또 새벽에 일어나 있을 것이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
당신은 어떤가. 화면이 위로 열리던 순간을 기억하는가, 아니면 그 화면 안에 있던 얼굴을 기억하는가.
다음 글에서는 소리로 넘어간다. 돌비 애트모스와 돌비 비전, 돌비 시네마가 정확히 무엇이고, 사운드가 화면보다 먼저 관객을 붙잡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극장에서 우리가 가장 과소평가하는 감각에 대해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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