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아도 영화는 계속된다 - 돌비 애트모스, 그리고 소리로 영화를 쓰는 사람들

"귀를 향한 것은 눈을 향한 것보다 더 깊은 곳에 닿는다."
영화감독 로베르 브레송이 남긴 말의 요지다. 나는 이 문장을 극장 안에서 자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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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우리는 눈을 감을 수 있다. 무서운 장면에서, 혹은 너무 벅찬 장면에서. 하지만 귀는 닫을 수 없다. 소리는 허락을 구하지 않고 몸으로 들어온다. 어둠 속에서 스크린이 켜지기도 전에, 극장은 이미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좌석 팔걸이를 타고 올라오는 낮은 진동, 머리 위 어딘가에서 스치는 바람 소리, 등 뒤에서 다가오는 발소리. 영화는 눈으로 보는 예술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영화가 우리를 가장 먼저 붙잡는 감각은 청각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그 소리의 기술, 돌비 애트모스와 돌비 시네마 이야기다. 그리고 기술의 그릇에 담기는 내용물, 즉 영화음악을 만들어온 거장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시네마 기술 가이드 시리즈의 다섯 번째 편이지만, 이번 편은 조금 다르게 읽히길 바란다. 스펙이 아니라 감각에 대한 글이니까.

 

소리는 화면보다 먼저 도착한다

한 가지 실험을 해보자. 공포영화의 가장 무서운 장면을 소리 없이 재생해 보는 것이다. 놀랍게도 그 장면은 거의 무섭지 않다. 반대로 화면을 가리고 소리만 들으면, 심장은 여전히 빨라진다. 히치콕의 〈싸이코〉 샤워실 장면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칼이 아니라 버나드 허먼의 현악기가 내지르는 비명이다.

영화학자들은 이를 두고 "소리는 관객의 무의식에 말을 건다"고 표현한다. 시각 정보는 분석의 대상이 되지만, 청각 정보는 분석되기 전에 먼저 느껴진다. 저음은 불안을, 고음은 긴장을, 침묵은 공포를 만든다. 감독들이 사운드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객의 이성이 아니라 몸을 직접 조종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그 소리를 어떻게 관객에게 배달할 것인가.

돌비 애트모스 — 소리에 주소를 부여하다

돌비 애트모스 이전의 극장 음향은 '채널'의 세계였다. 5.1이니 7.1이니 하는 숫자들, 앞에 몇 개, 옆에 몇 개, 뒤에 몇 개의 스피커 그룹을 두느냐의 문제였다. 소리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앞에서 뒤로 이동할 수는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평면 위의 이동이었다.

2012년 돌비 애트모스가 등장하면서 규칙이 바뀌었다. 애트모스는 채널이 아니라 '오브젝트' 기반이다. 헬리콥터 소리, 빗방울 하나, 대사 한 줄이 각각 독립된 객체가 되고, 사운드 디자이너는 그 객체에 3차원 공간 좌표를 부여한다. 이 소리는 관객의 왼쪽 위 두 시 방향에서 시작해 머리 위를 지나 오른쪽 뒤로 빠져나간다, 하는 식이다. 극장의 프로세서는 그 좌표를 읽어 해당 위치의 스피커로 소리를 실시간 배분한다. 최대 128개의 오디오 오브젝트, 최대 64개의 스피커 출력. 그리고 결정적으로, 천장에 스피커가 달렸다.

천장 스피커는 단순한 스피커 추가가 아니다. 소리에 '높이'라는 축이 생겼다는 뜻이다. 비가 위에서 내리고, 전투기가 머리 위를 통과하고, 성당의 성가가 돔 천장에서 쏟아진다. 애트모스로 처음 믹싱된 영화가 픽사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이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마법의 숲, 그러니까 공간 자체가 살아있는 이야기에 이 기술이 처음 쓰였다.

애트모스를 한 번 제대로 경험하고 나면 알게 된다. 이것은 소리가 커지는 기술이 아니라, 소리가 정확해지는 기술이다. 폭발음이 더 큰 게 아니라, 파편 하나하나가 어디로 날아가는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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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 시네마 — 가장 어두운 방, 가장 정확한 소리

돌비 애트모스가 귀를 위한 기술이라면, 돌비 시네마는 눈과 귀를 동시에 설계한 상영관이다. 돌비 비전 듀얼 4K 레이저 프로젝터와 돌비 애트모스를 한 공간에 넣고, 그 공간 자체를 검게 칠했다. 벽도, 천장도, 좌석도. 화면 밖의 모든 빛 반사를 죽이기 위해서다.

돌비 비전의 핵심은 밝기가 아니라 어둠이다. 명암비 백만 대 일이라는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검은 화면이 '어두운 회색'이 아니라 정말로 '검다'는 것이다. 우주 장면에서 화면의 경계가 사라지고, 밤 장면에서 어둠 속의 어둠이 층위를 갖는다. IMAX가 화면의 크기로 압도한다면, 돌비 시네마는 화면의 깊이로 침잠하게 만든다.

지난 IMAX 편에서 나는 용아맥 이야기를 길게 했다. 스케일의 극장이 있다면, 돌비 시네마는 밀도의 극장이다. 어느 쪽이 더 좋으냐는 질문은 성립하지 않는다. 영화마다, 장면마다 답이 다르다. 다만 음악과 대사, 공간감이 서사의 중심인 영화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돌비를 권한다.

국내에서 돌비 시네마를 만나는 법

국내 돌비 시네마는 메가박스가 단독 운영한다. 2020년 7월 코엑스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8개 지점에서 운영 중이다.

돌비 시네마 운영 지점: 코엑스, 남양주현대아울렛 스페이스원, 대구신세계,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안성스타필드, 송도, 수원AK플라자, 하남스타필드

여기에 돌비 비전과 애트모스를 적용한 특별관을 별도 지점에서 추가 운영하고 있으니, 예매 전 메가박스 앱에서 '돌비 시네마'와 '돌비 비전+애트모스' 표기를 구분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정식 돌비 시네마가 상위 규격이다.

애호가들 사이의 통칭도 알아두면 유용하다. 코엑스 돌비는 '코돌비', 남양주는 '남돌비'로 불리며, 명당 좌석 경쟁은 용아맥 못지않다. 중앙 블록 좌석은 예매 오픈 직후 사라지는 경우가 많으니, 상영 직전 취소표를 노리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참고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도 현재 돌비 특별관에서 상영 중이다. 돌비 비전의 명암 표현으로 지중해의 빛과 어둠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IMAX와는 또 다른 관람이 될 것이다.

 

소리로 영화를 쓰는 사람들 — 영화음악의 거장들

기술은 그릇이다. 그릇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 내용물 이야기를 할 차례다. 돌비 애트모스가 아무리 정교해도, 그 스피커에서 흘러나올 음악이 없다면 극장은 그저 비싼 오디오룸일 뿐이다. 영화음악의 역사를 만든 이름들을 짚어본다.

버나드 허먼: 영화음악이 배경이 아니라 서사라는 것을 증명한 사람이다. 〈싸이코〉의 현악 비명, 〈현기증〉의 나선처럼 맴도는 선율. 그는 히치콕의 공동 각본가나 다름없었다. 마지막 작품 〈택시 드라이버〉의 녹음을 마친 날 밤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그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영화였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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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8 - [OST] - 영화음악 불멸의 거장, 버나드 허먼

 

영화음악 불멸의 거장, 버나드 허먼

극장의 불이 꺼지고 어두운 암전에서 화면이 밝아지면 솔 바스의 그래픽 디자인이 마치 성난 촛불처럼 맹렬히 좌우로 춤을 춘다. 이내 귀를 찢을 듯이 날카로운 바이올린 음이 신경질적으로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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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코네: 오백 편이 넘는 영화에 음악을 붙인 사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의 하모니카는 대사 없이 인물의 과거 전체를 설명하고, 〈미션〉의 오보에는 신학 논쟁보다 깊은 질문을 던진다. 〈시네마 천국〉의 선율은 이제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사랑의 동의어가 되었다.

 

 

2021.02.12 - [OST] - 엔니오 모리꼬네 - 영화보다 더 깊이 남을 그의 영화음악

 

엔니오 모리꼬네 - 영화보다 더 깊이 남을 그의 영화음악

엔니오 모리꼬네 - 영화보다 더 깊이 남을 거장의 영화음악 세계 오늘은 영화가 아닌 특별한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너무 많은 영화의 음악 마에스트로인 엔니오 모리꼬네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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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스: 단 두 개의 음으로 상어를 만든 사람. 〈죠스〉의 저음 두 개, 〈스타워즈〉의 팡파르, 〈쉰들러 리스트〉의 바이올린. 그는 바그너의 라이트모티프 기법을 할리우드에 이식해, 캐릭터마다 고유의 선율을 부여하는 문법을 완성했다. 아카데미 후보 지명 횟수만 오십 회를 훌쩍 넘는다. 우리가 '영화음악' 하면 떠올리는 소리의 절반은 그가 만들었다.

 

2021.05.16 - [OST] - 영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스토리텔러, 죤 윌리엄스

 

영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스토리텔러, 죤 윌리엄스

여러분은 여름철 바닷가에 가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아마 모처럼만에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왔다면 지금쯤 우리 아이들이 어디에서 놀고 있나 아이들의 튜브를 찾아보실 것이며, 아니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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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짐머:
오케스트라와 전자음의 경계를 허문 사람이자, 사운드 기술과 가장 적극적으로 대화해온 작곡가다. 〈인셉션〉에서 시간의 왜곡을 템포의 왜곡으로 번역했고, 〈인터스텔라〉에서는 파이프오르간으로 우주의 고독을 채웠다. 〈덩케르크〉의 셰퍼드 톤, 즉 끝없이 상승하는 것처럼 들리는 음향 착시는 애트모스 같은 정밀한 재생 환경에서 비로소 온전히 작동하는 음악이다. 짐머의 음악은 극장 음향의 발전과 함께 진화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이치 사카모토: 〈마지막 황제〉로 아카데미를 받았지만, 그의 본질은 '소리 그 자체'에 대한 탐구였다.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그 유명한 선율부터 〈레버넌트〉의 얼음장 같은 앰비언트까지. 말년의 그는 음악과 소음의 경계를 묻는 작업에 몰두했다. 빗소리는 음악인가. 그의 대답은, 듣는 이가 귀를 기울이는 순간 모든 소리는 음악이 된다는 것이었다.


정재일: 그리고 한국. 〈기생충〉에서 바로크풍 현악으로 계급의 우아한 잔혹함을 그렸고, 〈오징어 게임〉의 리코더 한 소절로 전 세계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가장 단순한 악기로 가장 복잡한 감정을 만드는 것, 그것이 그의 방식이다.

사진=세종문화회관

한 가지 덧붙이자면, 영화의 소리는 음악만이 아니다. 〈지옥의 묵시록〉의 월터 머치는 '사운드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처음 만든 사람이고, 〈스타워즈〉의 벤 버트는 낡은 영사기 모터 소리와 브라운관 TV의 간섭음을 섞어 광선검 소리를 창조했다. 우리가 애트모스 상영관에서 듣는 모든 소리 뒤에는, 이런 사람들의 집요함이 있다.

기술과 예술은 서로를 기다린다

돌비 애트모스가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단지 재생 기술이 아니라 창작의 조건을 바꾸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소리에 높이와 좌표가 생기자, 작곡가와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이전에는 쓸 수 없던 문장을 쓰기 시작했다. 관객의 머리 위에서 시작되는 음악, 등 뒤에서 속삭이는 대사, 침묵마저 방향을 갖는 공간.

허먼이 현악기로 했던 일을, 짐머는 셰퍼드 톤으로, 오늘의 사운드 디자이너는 3차원 좌표로 한다. 도구는 달라졌지만 목표는 같다. 관객의 몸에 직접 말을 거는 것.

그래서 다음에 극장에 가면, 한 번쯤 눈을 감아보시길 권한다. 아주 잠깐이라도 좋다. 화면이 사라진 자리에서 영화가 어떻게 계속되는지, 소리만으로 공간과 감정이 어떻게 지어지는지. 어쩌면 그 몇 초가, 영화를 '보는' 사람에서 영화를 '겪는' 사람으로 우리를 옮겨놓을지도 모른다.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 용아맥 티켓을 구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다 보니 이상한 결론에 도착했다. 〈오디세이〉를 IMAX로 한 번, 돌비로 한 번, 두 번 봐야 할 이유를 스스로에게 만들어주고 만 것이다. 눈을 위한 관람과 귀를 위한 관람. 지갑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어떤 영화는 두 개의 감각으로 각각 완성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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