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내의 이야기를 들려다오. 트로이를 무너뜨리고도, 십 년을 바다 위에서 떠돈 사내의 이야기를.호메로스가 무사 여신에게 청했던 노래를, 이번에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필름 위에 청했다. 나는 그 노래를 들으러 극장에 갔다. 그리고 172분 뒤,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나왔다.프롤로그 - 오랜만에, 꽉 찬 극장불이 꺼지기 전부터 이상했다. 빈자리가 없었다. 팝콘 냄새와 낮은 웅성거림, 상영관 전체가 미세하게 들떠 있는 공기. 팬데믹 이후 이런 밀도의 극장을 마지막으로 느낀 게 언제였는지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옆자리 관객은 오디세이아 문고본을 들고 있었다. 3천 년 전의 이야기를 보러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상영 전부터 이미 하나의 사건이었다.그리고 불이 꺼졌다. 이후 세 시간 가까이, ..
빛은 늘 같은 빛이었다. 달라진 것은 그 빛을 받아내는 면(面)의 크기, 그리고 그 면이 내 눈을 얼마나 덮느냐였다.용산아이파크몰 6층. 20관 앞에 서면 문이 열리기 전부터 알 수 있다. 안쪽 공기가 다르다. 저음이 벽을 타고 새어 나온다. 문이 열리고 통로를 걸어 들어가는 순간, 스크린은 정면에 있지 않다. 위에 있다. 고개를 들어야 끝이 보인다. 그 각도가 아이맥스의 전부라고 해도 좋다.극장에 갈 때마다 우리는 선택을 강요당한다. 아이맥스, 스크린X, 4DX, 돌비, 수퍼플렉스, MX. 티켓값은 다르고 설명은 비슷하다.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차이가 정말 돈값을 하는지.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아이맥스는 ‘Image Maximum’의 약자로 캐나다에서 최초 만들어진 1.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