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영원한 나의 앤디야"— 나이젤오후의 극장은 비어 있었다.객석 한가운데에 앉아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열 명 남짓의 관객.전 세계 최초 개봉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4월의 평일 오후는 고요했다.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예전같지 않은 영화관의 풍경이지만 왠지 오늘의 빈 영화관의 공기는나쁘지 않았다.스크린 위에서는 화려한 런웨이가 펼쳐지고,객석에서는 빈 의자들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이 거리감 자체가, 이미 영화의 한 부분처럼 느껴졌다.영화는 종이 잡지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이야기다.화면 안과 밖의 풍경이 묘하게 겹쳐졌다.영화 정보제목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The Devil Wears Prada 2)감독 : 데이빗 프랭클각본 : 엘린 브로쉬 맥켄나출연 :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나는 이제 어디로 갑니까…"어떤 영화는 보고 난 뒤,한참을 글이 되지 못한 채 마음에 머문다.「왕과 사는 남자」가 내겐 그런 영화였다.개봉 당일, 부모님을 모시고 극장에 갔다.노부모의 옆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는 일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작은 풍경이 된다.객석의 불이 꺼지고, 청령포의 강물이 화면 위로 흘러갈 때,나는 영화를 보면서 동시에영화를 보는 부모님의 옆얼굴을 자꾸만 바라보았다.그 두 겹의 시간을 글로 옮기는 일이쉽지 않아, 리뷰가 자꾸 늦어졌다.영화 정보제목 : 왕과 사는 남자감독 : 장항준출연 :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 김민, 이준혁장르 : 사극 드라마러닝타임 : 117분개봉 : 2026년 2월 4일누적 관객 : 1,663만 명 (역대 한국영화 흥행 2위)수상 · 후보 : 제62..
"넘어지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건,어쩌면 슬픈 일이 아니라,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서울의 어느 반지하.전기세 고지서가 식탁 위에 두 장 겹쳐 있고,핸드폰은 좀처럼 울리지 않는다.울리더라도, 합격 통보는 아니다.부산에서 올라온 사내가 또 오디션장 앞에 선다.대사는 자꾸 꼬이고,서울말은 자꾸 더 꼬이고,연애도 밀당에 밀린다.그의 이름은 짱구다.어쩌면, 짱구라는 이름의 어떤 시절이다.영화 정보제목 : 짱구감독 : 정우, 오성호 공동 연출각본 · 제작 · 주연 · 삽입곡 가창 : 정우출연 : 정우, 정수정, 신승호, 조범규, 현봉식개봉 : 2026년 4월 22일선공개 :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스페셜 프리미어'계보 : 영화 「바람」(2009)의 정신적 후속작99번 넘어지고, 100번째 일..
"이름은 사라지지 않는다.다만, 누군가 다시 부르기 전까지 숨을 죽이고 있을 뿐."제주의 봄은 환하다.너무 환해서, 잔인하다.무용 선생 정순은 그 봄볕 한가운데 천천히 무너진다.까닭을 모르는 채로,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그녀가 닿는 자리마다, 78년 전의 그 봄이 밀려든다.이름 하나가 깨어나려 하고 있다.영화 정보제목 : 내 이름은감독 : 정지영출연 : 염혜란, 김규리, 박지빈, 이소이, 심지유, 차준희장르 : 미스터리 드라마개봉 : 2026년 4월 15일러닝타임 : 본편 + 약 5분의 엔딩 크레딧공식 초청 :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두 개의 이름, 그리고 78년의 봄1998년 제주.한국무용을 가르치는 정순은 늦둥이 고등학생 아들 영옥을 홀로 키운다.봄볕 아래 가끔 쓰러지는 일을 빼면, 그녀의..
어떤 상실은,말로 설명되지 않는다.그것은 갑작스럽게 찾아오고,순식간에 모든 질서를 무너뜨린다.그리고 그때, 사람은 선택하게 된다.기다릴 것인가.아니면, 직접 움직일 것인가.《Protector》는 그 선택의 순간에서 시작한다.망설임 없이, 그리고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영화에 대하여이 작품은 단순한 액션 영화로 보이지만,조금 더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층위를 가진다.헐리우드 액션의 문법 위에,한국 제작진이 참여한 구조가 겹쳐지며익숙한 형식 안에서 미묘한 변주를 만들어낸다.주연은 밀라 요보비치.그녀는 이미 수많은 작품을 통해“여성 액션 히어로”라는 하나의 계보를 만들어온 배우다.그러나 이 영화에서 그녀는,그 계보를 다시 정의하려는 듯 보인다.🎭 한 배우의 시간밀라 요보비치라는 이름을 떠올리면가장 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