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캐리 - 청주의 날씨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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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래 감독의 영화이야기 - 케이블 가이]

원래 주말에 포스팅을 해 주시기로 하셨는데 빨리 글을 올리셨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듯이 본 채널은 현장의 감독님들도 직접 참여해 주고 계신답니다.
오늘 첫번째로 김창래 감독님이 올려주셨습니다. 팀블로그 1호!!! ^^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창래 감독님은 영화 친구의 조연출, 오로라 공주의 각색에 참여하셨고, 현재는 후진양성을 위해 학교에서 많은 강의도 해주고 계신답니다. 

오늘은 배우 짐 캐리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이곳 <영화의 모든 것> 블로그 안에도 이미 그의 영화 <트루먼 쇼>에 대한 포스팅이 있지만 묘하게도 내게 짐 캐리, 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트루먼 쇼>도 <이터널 선샤인>도 아닌 <케이블 가이>.

 

<케이블 가이>, 1996


사실 짐 캐리라는 배우는 함께 떠오르는 작품이 꽤나 많은 연기자 중 한 명일 것이다. 누군가는 그를 <라이어 라이어>의 거짓말 못하는 변호사로 기억할 테고, 또 어떤 이는 그를 <덤 앤 더머>의 좀 모자라는 빈털털이 노총각으로 기억할 것이며 또 누군가에게 그는 헤어진 연인을 기억 속에서 지우기 위해 라쿠나사를 찾아가는 <이터널 선샤인>에서의 내성적이며 소심한 조엘 바리시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바와 같이 이상하게도 내게 짐 캐리는 수많은 그의 히트작 중에서도 유독 <케이블 가이>가 내 머릿속 연관 검색어로 명징하게 자리잡고 있다.

 

나는 살아가며 일상에서 재미있는 누군가를 볼 때 그 인물을 짐 캐리라는 배우와 연관시켜 떠올린 적이 여러번 있다. 가장 최근의 기억으로는 작년 봄으로 기억한다. 한창 코로나가 심각했던 작년 4월 즈음, 온라인 강의 중 자꾸 와이파이가 끊기는바람에 학생들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야 했던 적이 있었다. 다음날 나는 당장 유선 랜을 설치하기 위해 KT 기사님을 불렀는데 그는 유달리 (다시 한번 강조한다, 유.달.리.) 친화력이 좋은 분이셨다. 아니, 그건 좋게 말한 거고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내 생에 직접 본 사람 중에 가장 말이 많으신 분이었다. 그 기사님은 모뎀에서 빼낸 랜선을 건넌방 내 컴퓨터까지 연결하는 동안 "언제부터 이 아파트에 거주하기 시작했느냐-"부터 "사실 자신은 이전에 다른 직업이 있었다", "우리 언제 본 적이 있지 않냐, 사실 내가 이 아파트 고객들의 얼굴을 다 기억한다"는 둥 내게 무차별적 TMI 폭격을 가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그날 나는 그의 얼굴에서 짐 캐리를 보았다. 이후 언젠가 한번 문득 내 기억 속 그 케이블 기사님이 짐 캐리와 연결되어 꿈에 나타났던 적도 있었다.

 

<케이블 가이>, 1996

 

영화 <케이블 가이> 1996년 작품으로서 앞서 언급한 <라이어 라이어> 바로 이전 작품으로 기억한다. 짐 캐리는 <케이블 가이>라는 작품으로 인류 역사상 최초로 (영화 한 편에) 200억 개런티를 받는 배우로 등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케이블 가이>가 흥행에는 참패하며 <에이스 벤츄라> 이후 무패 신화를 이어오던 그의 인기에 살짝 금이 가기도 했다. (물론 짐 캐리는 바로 그 다음 작품인 <라이어 라이어>가 전 세계적으로 3억 달러 넘는 수익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하며 곧 바로 그의 명성을 되찾았다).

 

내친김에 <케이블 가이> 얘기를 조금만 더한다면 사실 <케이블 가이>는 지금 보면 초호화 캐스팅의 작품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당시 주연으로는 80년대 청춘 스타였던 매튜 브로더릭이 출연했으며 잠깐 등장하는 그의 단짝 친구로 무려(!) 잭 블랙이 등장한다.

 

<케이블 가이>, 1996

 

감독으로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벤 스틸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또한 리즈 시절 레슬리 만의 풋풋한 얼굴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케이블 가이>의 원톱은 짐 캐리다. 사실 짐 캐리의 작품 커리어를 살펴보면 그가 유난히도 소위 배우 한 명이 끌어가는 영화에 많이 출연했단 걸 알 수 있는데, 사실 이러한 영화들은 "리딩 배우" 한 명이 제대로 작품을 이끌어가지 못하면 영화 전체의 흥행이 좌지우지 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케이블 가이>는 그 중에서 결과가 안 좋은 작품들 중 하나였다.

 

사실 <케이블 가이>를 떠올리면 짐 캐리 단독 주연의 영화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메인 포스터 역시 특유의 응큼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표정의 짐 캐리를 기억하지 아무도 매튜 브로더릭을 떠올리지는 못한다. 헌데 이 작품은 사실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잠시 떨어져 살자고 선언한 이후 새로운 아파트를 구하고 새로운 동네에 이제 막 적응하기 시작한 스티븐 코박이라는 캐릭터와 케이블 가이 더글라스의 위험한(?) 우정에 관한 버디무비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케이블 가이>, 1996

 

스티븐과 더글라스, 두 사람은 이후 농구 경기를 함께 하고, "Medieval Time(중세 시대) 라는 테마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점차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간다. 물론 이 과정에서 더글라스가 닭 껍질을 얼굴에 붙이며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박사를 우스꽝스럽게 흉내내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밈으로 인터넷에 돌아다닐 정도로 유명한 장면이다. 물론 이후로도 (너무나 당연하게도) 우리는 짐 캐리 특유의 엽기-병맛-아크로바틱 + 기상천외한 코믹 연기의 정수를 목격할 수 있다-

 

<케이블 가이>, 1997


<케이블 가이>는 분명 스티븐 코박과 케이블 가이 더글라스의 투 톱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만을 놓고 봤을 때 매튜 브로더릭에게는 미안하지만 스티븐 캐릭터는 다른 배우로 교체 가능하다. 아마도 그 또래의 크리스챤 슬레이터 또는 죤 쿠삭이 그 배역을 맡았다 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짐 캐리가 없는 <케이블 가이>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가 출연했던 많은 영화들에서 그는 그런 배우였다. 그가 아닌 교체 가능한 다른 배우가 1도 떠오르지 않는 그런 연기자, 그게 짐 캐리다.

 

생각해보면 짐 캐리만큼 다양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배우가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는 <에이스 벤츄라>에서는 잃어버린 동물들을 찾아주는 사립 탐정 역을 맡아 병 맛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었으며, 만화적 상상력과 화려한 그래픽이 인상적이었던 <마스크>에서는 마치 고무줄과도 같은 유연한 몸놀림과 더불어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표정 연기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고 <덤 앤 더머>에서는 어디서 저런 찐바보를 캐스팅했을까 감탄을 자아내는 소위 클래식한 최강 코믹 연기의 진수를 선사했다. (참고로 위의 세 편의 영화는 모두 1994년 개봉작이다. <덤 앤 더머>의 개런티는 <에이스 벤츄라> 때와 비교해 무려 스무 배 정도가 상승한 7백만 달러였다고 한다). <덤 앤 더머>가 개봉했을 때 이미 짐 캐리라는 그의 이름은 슬랩스틱 코미디의 끝판왕이라는 수식어와 동일어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연기가 단지 코미디에만 머무는 건 아니다. 그는 우리에게 <죽은 시인의 사회>, <위트니스>로 잘 알려진 피터 위어 감독의 <트루먼 쇼>에서 삶 자체가 리얼리티 쇼인 트루먼 버뱅크 캐릭터 역할을 맡아서 익살스러우면서도 가슴 따뜻한 휴머니즘을 불러일으키는 복잡한 감정을 훌륭하게 표현해 냈다. 이 작품으로 짐 캐리는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전설적인 코미디언 앤디 카우프만의 일대기를 영화화한 1999년 작품, <맨 온 더 문>으로 전대미문의 2회 연속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을 기록한다.

 

가끔 한국의 짐 캐리는 누구인가 생각해보면 언뜻 그를 연상시킬만한 배우가 떠오르지 않는다. 할리우드에는 로빈 윌리암스, 애담 샌들러, 짐 캐리, 톰 행크스와 같이 코미디와 정극을 넘나드는 배우들이 있는 반면 한국의 배우들 중에서는 그들과 같은 연기 스타일의 배우가 드물지 않나 생각해 본다.

 

<트루먼 쇼>, 1998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이십대를 거쳐 지금까지 (아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영화들과 함께 한 세월을 살아온 것 같다. 때로는 슬펐던 순간들에, 때로는 왠지 마냥 웃고 싶었을 때, 또 때로는 정신없이 수다를 떠는 케이블 기사님을 보았을 때 우리는 그를 떠올린다. 요즘도 가끔 문득 짐 캐리가 생각날 때면 <예스 맨>에서 그가 한국어로 연기했던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보곤 한다. 그만의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청주 날씨가 어떠냐고 물어보는 장면은 아무리 지치고 우울하더라도 피식 웃음을 자아내게 하곤 한다.

 

이처럼 우리에게 수많은 추억과 웃음을 선사했던 그이지만 애석하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그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2016년 그의 연인이었던 카트리나 화이트의 자살 이후 그는 가능한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지길 원하는 듯 보인다. 이러한 그의 모습이 묘하게도 그가 출연했던 영화 속 한 장면과 오버랩 되어 보인다. 아마 <에이스 벤츄라 2>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자신의 눈앞에서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은 너구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살아가는 캐릭터를 연기했었다. 어쩌면 지금의 그의 심정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모쪼록 그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었던만큼 그 역시도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이터널 선샤인>, 2004

 

문득 앞으로도 그의 모습을 스크린 속에서 한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쯤 그는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을까... 어쩌면 그는 지금도 몬탁의 어느 해변가를 서성이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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