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한 도약! <후프 드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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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영화사에 남을만한 기념비적인 영화들을 모아 집필한 <위대한 영화>라는 책을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이 책에 소개된 몇몇 다큐멘터리 중에서 오늘은 <후프 드림스>라는 영화를 소개할까 합니다.

     

    <후프 드림스>, 1994

     

    1994년 제작된 영화 <후프 드림스>는 NBA 프로 농구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시카고 빈민가의 두 청소년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이 작품 관련해서는 많은 할 얘기가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이 작품의 감독입니다. 

     

     

    처음 이 다큐멘터리가 PBS(우리로 말하자면 EBS)에서 기획될 당시 30분 프로젝트였고 몇 달 안에 마무리 될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헌데 이 작품 속 두 주인공인 아서 에지와 윌리엄 게이트를 따라다니며 당시 이십대 후반이던 감독은 무려 칠년간 이들의 삶을 카메라에 기록하게 됩니다.

     

    <Hoop Dreams> 감독, 스티브 제인스

     

    처음에는 당시 중학생이던 농구를 좋아하는 두 흑인 청소년들을 영상에 담던 감독은 아이들의 삶에 매료되어 이후 그들이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는 시점까지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하여 2시간 반이 넘는 대작 다큐로 만든 작품이 바로 <후프 드림스>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소위 농구 좀 하는 아이들이 NBA 스타 플레이어를 꿈꾸는 과정에 대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국 시카고 지역 빈민가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 지긋지즉한 가난을 탈출하기 위해 자신의 한계점에 도전하는 일종의 인류학적인 다큐멘터리 작품이기도 합니다.

     

    윌리엄 게이트

     

    그렇기에 이 다큐멘터리를 다 보고나면 단순히 두 소년의 어떤 단편적인 모습을 잠깐 봤다는 느낌이 아니라 두 사람의 인생, 나아가 인간이라는 보편적 존재가 나이를 먹고 성장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찬찬히 지켜봤다는 생각이들기까지 하는 그런 작품입니다.

     

    윌리엄 게이트

     

    영화는 NBA 스타를 꿈꾸는 두 명의 중학생 윌리엄과 아서를 따라가며 시작합니다. 먼저 윌리엄은 홀어머니와 형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형 커티스 역시 한때는 고등학교 최고의 스타 플레이었지만 감독과 마찰을 일으킨 후 지금은 동네 아파트 경비원 생활을 하면서 동생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윌리엄의 형, 커티스 게이트

     

    이런 가정에서 자라나는 윌리엄은 NBA 농구스타가 되어서 어머니와 형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간절한 꿈이 있습니다.

    반면 아서(Arthur)는 실력은 있지만 성격이 온순하고 공격적이지 못합니다.

     

    아서 에이지 (Arthur Agee)

     

    중학교를 졸업한 아서는 이후 농구 명문가인 세인트 죠셉 고교로 진학하게 되지만 또래 선수들과 비교해 확실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자 결국 퇴출당하고 맙니다. 이 때문에 아서는 집에서부터 꽤 먼 거리의 낮선 공립학교인 마샬(Marshall) 고등학교로 등교를 하게됩니다. 이른 새벽에 홀로 일어나 텅 빈 전철을 타고 한시간 반 거리에 있는 학교로 등교하는 아서는 이렇게라도 농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한 듯 보입니다.

     

    <Hoop Dreams> 아서 

     

    이후 아서의 집은 전기가 끊기고 아버지와 엄마가 이혼하는 아픔을 겪기도하지만 고3 무렵 아서가 주축이 된 마샬 고교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어 주[State] 대회에서 3위에 오르는 성적을 거둡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아서는 (원하던 4년제 대학이 아닌 2년제 커뮤니티 대학이지만) 미네랄 에리어로부터 입학 제의를 받아 대학 진학에 성공합니다.

     

    <후프 드림스>, 1994

     

    이후 윌리엄은 농구 명문 세인트 조셉을 이끌고 역시 주 대항전에 나가지만 아쉽게도 8강 이상의 성적은 거두지 못합니다. 이제껏 윌리엄의 실력을 보았던 관객들에게 윌리엄의 예선 탈락은 큰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세상에는 윌리엄만큼 농구를 잘하는 청소년들이 정말 많은가 봅니다. 반면 영화의 말미에 아서는 모두의 주목을 전혀 받지는 않은 채 주 대항전에 나가고 결국 자신의 팀을 이끌고 8강에 진출합니다. 영화 말미에 아서가 하늘을 날아 결국 농구공을 상대편 링 안에 집어넣는 순간은 그 어떤 스포츠 영화의 클라이맥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감동을 선사합니다.

     

    <후프 드림스>, 1994

     

    이후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앞서 말했듯이 두 사람은 이제 열아홉 살을 맞게되고 평생 살아왔던 고향 시카고를 떠나 대학으로 진학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됐을까요? 이 두 아이들은 결국 NBA의 스타가 되어 화려한 조명 아래 수많은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스타 플레이어가 됐을까요? 이들과 함께 6년의 시간을 보낸 감독 스티브 제임스는 이런 그들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기쁨을 누렸을까요?

     

    NBA 스타, 마이클 조던

     

    통계에 의하면 고등학교에서 농구를 하는 선수들 7600명 가운데 단 한 명만이 NBA 무대에서 농구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두 주인공 윌리엄 게이트와 아서 에이지 역시 결국은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후프 드림스>를 본 관객들이라면 누구라도 그들이 지난 6년간 보여준 헌신과 노력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십대 후반을 오직 농구 선수가 되겠다는 꿈만으로 때로는 많은 걸 희생하며 오직 앞으로만 전진한 인물들입니다. 아니, 그렇게 거창하게 미화하지 않더라도 아마 이들에게 농구가 없었다면 이 아이들은 어쩌면 그저 그렇게 거리의 불량 청소년정도로 전락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후프 드림스>는 스티브 제임스 감독의 오랜 시간 진실을 전하기 위한 끈질긴 노력과 더불어 윌리엄과 아서, 꿈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부었던 두 인물로 인하여 그 어떤 극영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

     

    아서, 윌리엄 & 스티브 제임스 감독

    P. S.

    <후프 드림스>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뒷얘기가 전해져오는데 그 첫 번째는 2004, 영화 제작 10주년을 기념해 두 주인공과 감독이 다시 재회를 한 것입니다. 먼저, 윌리엄 게이트는 커뮤니티 칼리지를 졸업한 이후 방송 학위로 99년 대학 졸업 뒤 맥도널드 점원, 식료품 가게, 해충 박멸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교회 성직자가 돼 자신이 살던 빈민가 카브리니 그린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서는 이곳에서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아이들을 위해 현재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왼쪽) 윌리엄 게이트 & 아서 에이지


    -한편 아서 에이지는 아칸소 주립 대학에 진학한 뒤 농구 2부 리그에서 뛰었고 영화로 알게 된 사람들과 함께 불우 아동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아서 에지 재단을 만들어 제법 규모있는 의류 회사 설립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아서 에이지


    -<후프 드림스> 관련 가장 안타까운 소식은 아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일 것입니다. 영화를 보시면 가끔 동네 농구 코트에서 친구들과 연습하는 아들을 보러오는 아서의 아버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또한 다큐멘터리 말미에 이혼해 따로 살고 있던 아서의 아버지가 경기장에 와서 어제 경기에서 이긴 아들이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라고 인터뷰 하는 장면으로 그를 기억할 것입니다. 헌데 당시 마약에 중독된 삶을 살고 있던 아버지는 2004년 거리에서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Bo Agee (보 에이지, 아서의 아버지)

     

    -<후프 드림스>를 보면 위에 언급한 아서의 아버지가 아들이 친구들과 연습하는 동네 농구장에 와서 아서와 몇 마디 나누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때 저 뒤편에서 마약 판매상이 아서의 아버지를 부르자 아서의 아버지가 건물 뒤편으로 걸어가 마약을 구입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겨 있습니다.

     

    마약상을 뒤따라가는 아서의 아버지

     

    개봉 당시 이 장면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혹자는 그 상황에서 감독이 아서의 아버지를 저지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리 상황이 그렇다 하더라도 스토리에 개입하는 것은 다큐멘터리 작가의 자세가 아니라는 의견이 팽배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어쩌면 감독 스티븐 제임스가 그때 마약을 구입하는 아버지를 막았다면 아서의 아버지는 거리에서 총격으로 그렇게 생을 마감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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