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더 — '창업자(Founder)'라는 이름의 무게

"이 세상 그 무엇도 끈기를 대신할 수 없다."
— Ray Kroc의 사무실에 걸려 있던 한 줄.


어떤 영화는 극장의 어둠 속에서 본다.

또 어떤 영화는, 강의실의 형광등 아래 학생들과 함께 본다.

「파운더」는 후자에 가까운 영화다.

스크린이 꺼지고 나면, 박수보다 먼저 메모장이 펼쳐지는 영화.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
묻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

창업이라는 두 글자를 진지하게 마주해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어느 한 장면 앞에서
필연적으로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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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 제목 : 파운더 (The Founder)
  • 감독 : 존 리 핸콕 (John Lee Hancock)
  • 각본 : 로버트 D. 시걸 (Robert D. Siegel)
  • 출연 : 마이클 키튼 (레이 크록), 닉 오퍼맨 (딕 맥도날드), 존 캐럴 린치 (맥 맥도날드), 로라 던 (에델 크록), B. J. 노백 (해리 J. 소너본)
  • 장르 : 전기 드라마
  • 러닝타임 : 115분
  • 미국 개봉 : 2016년 12월
  • 국내 개봉 : 2017년 4월 20일
  • 국내 관객 : 34,517명
  •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1954년,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에서 일어난 일

이야기는 멀티 믹서기를 들고 미국 전역을 떠돌던 한 세일즈맨으로부터 시작된다.

52세, 레이 크록.
일이 풀리지 않는 늦깎이 영업 사원.
드라이브인 식당마다 *"필요 없다"*는 말만 듣고 돌아서는 사내.

그의 사무실로 한 통의 주문 전화가 걸려 온다.
캘리포니아의 어느 식당에서 멀티 믹서를 여섯 대 주문했다는 것.
실수겠거니 확인 전화를 거니, *"여섯 대 말고 여덟 대로 늘려달라"*는 답이 돌아온다.

세일즈맨의 본능이 그를 움직였다.
궁금하면 직접 가서 보는 것이다.

그가 도착한 곳,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
간판에는 McDonald's라는 이름이 걸려 있다.

주문하고 30초 만에 햄버거가 손에 쥐어진다.
종이 봉투, 쟁반 없음, 종업원도 없음.
손님이 직접 창구로 와서 음식을 받아 가는 낯선 풍경.
그러나 사람들이 줄을 서서, 만족한 얼굴로 떠난다.

레이 크록은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한다.


두 형제의 시스템, 한 사내의 야망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어쩌면 두 사람이다.

맥 맥도날드딕 맥도날드.
대공황을 겪어내며 캘리포니아로 흘러든 형제.
영화관 매점에서 출발해, 핫도그 가판대를 거쳐, 마침내 자신들의 식당을 연 두 사람.

그들은 한밤중 빈 테니스 코트 위에 분필로 주방을 그렸다.
종업원들에게 햄버거를 만드는 *동선(動線)*을 시연하게 했다.
손이 어디로 가는지, 발이 몇 걸음을 옮기는지,
한 점도 낭비되지 않을 때까지 그리고 또 그렸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스피디 시스템(Speedee Service System)
세계 최초의 패스트푸드 모델이며,
훗날 헨리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와 나란히 거론될 외식업의 포드 시스템이다.

형제에게 식당은 가족이었다.
"맥도날드의 출발은 가족이지, 돈이 아니야."
이 한 줄이 그들의 신념이며, 동시에 그들의 한계였다.

그날 저녁, 형제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레이 크록은
다음 날 아침 다시 식당으로 찾아가 한 단어를 꺼낸다.

프랜차이즈.

형제는 거절한다. 이미 다섯 개 지점을 시도했다가 품질 관리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레이 크록은 물러서지 않는다.
끈질기게, 끈질기게, 또 끈질기게.

그리고 마침내 — 한 장의 계약서가 체결된다.

영화는 그 계약서가 서명되는 순간을
어떤 비극의 시작처럼 조용히 비춘다.


창업컨설턴트의 시선으로 ─ 이 영화가 강의 교재가 되는 이유

여기서부터는 강의실의 언어로 풀어 보고 싶다.

「파운더」는 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있을 뿐,
그 안쪽 골조는 한 권의 경영학 케이스북이다.
그것도 매우 불편하고, 매우 정직한 케이스북.

이 영화가 창업을 마주한 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적어도 다섯 가지다.

1. 아이디어인가, 실행인가

세계 최초의 패스트푸드 시스템을 발명한 것은 맥도날드 형제다.
세계적 브랜드 맥도날드를 만든 것은 레이 크록이다.
역사가 Founder로 기억하는 것은 후자다.

이것은 잔인한 진실이다.
그러나 모든 창업 강의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진실이기도 하다.

좋은 아이디어는 시작점일 뿐, 종착점이 아니다.
시장은 발명자에게 왕관을 씌우지 않는다.
확장하고, 유지하고, 결국 지배한 자에게 왕관을 씌운다.

2. 시스템인가, 이름인가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한 줄은 후반부에 나온다.

계약 직후, 모리스(맥) 맥도날드가 묻는다.
"우리 시스템을 다 보여줬는데, 왜 그냥 베껴서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소?"

레이 크록의 답은 차갑다.

"중요한 건 시스템이 아니야. 이름이지. 맥도날드라는, 그 영광스러운 이름."

훗날 형제가 모든 권리를 양도하고 자신들의 1호점을 Big M으로 개명했을 때,
그 자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레이 크록은 새 McDonald's를 열었다.
Big M은 곧 문을 닫았다.

브랜드는 시스템보다 강하다.
이름은 자산이며, 자산 중에서도 가장 견고한 자산이다.

3. 햄버거인가, 부동산인가

「파운더」의 결정적 전환점은 한 사람의 등장으로 이루어진다.

재무 컨설턴트 해리 소너본 ─ B. J. 노백이 분한, 짧지만 강렬한 인물.

빚더미에 짓눌려 가던 레이 크록의 재무제표를 한 번 훑어본 그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진다.

"당신은 햄버거 사업을 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해야 할 사업은 — 부동산입니다."

가맹점에 부지를 임대해 주는 사업.
프랜차이즈 본사가 토지를 소유하고, 점주에게 빌려주며, 통제력과 현금 흐름을 동시에 쥐는 구조.

이 한 줄의 통찰이 맥도날드의 운명을 바꾸었다.
나는 햄버거 사업이 아니라, 부동산 사업을 한다(I'm not in the hamburger business. I'm in the real estate business).
이후 50년 넘게 이어진 레이 크록의 명제다.

오늘날까지도 맥도날드 코퍼레이션은 세계 최대 부동산 회사 중 하나로 분류된다.
햄버거가 그들의 간판이라면, 부동산은 그들의 척추다.

겉으로 드러난 사업과, 실제로 돈을 만드는 사업이 다를 수 있다는 것 ─
이 한 줄이 지금도 수많은 창업 강의의 첫 페이지를 차지한다.

4. 끈기는 어디까지가 미덕인가

영화의 첫 장면, 그리고 마지막 장면.
레이 크록은 거울 앞에서 한 줄을 되뇐다.

"이 세상 그 무엇도 끈기를 대신할 수 없다.
재능도 — 끈기 있는 패자보다 못하다.
천재도 — 보상받지 못한 천재가 세상에 가득하다.
교육도 — 학력만 높은 무능자가 즐비하다.
오직 끈기와 결단만이 전능하다."

이 독백은 영화에서 두 번 등장한다.
한 번은 영감을 주는 한 줄로,
또 한 번은 공포에 가까운 한 줄로.

같은 단어가, 영화의 처음과 끝에서 완전히 다른 색을 띤다.

이것이 「파운더」가 가장 정직한 지점이다.
영화는 끈기를 미화하지 않는다.
미화는커녕, 끈기가 어디까지 가면 그것이 폭력이 되는가를 묻는다.

5. 가족인가, 자본인가

영화 속 가장 슬픈 인물은 어쩌면 레이의 첫 아내, 에델이다.
로라 던이 분한 그녀는 단정한 가정주부, 따뜻한 사람.
남편의 야망을 묵묵히 견디지만, 끝내 그 곁에 머무르지 못한다.

영화는 한 사내의 성공 이면에 버려진 한 사람이 있었음을 조용히 비춘다.
가족도, 동업자도, 신념을 함께 했던 두 형제도 ─
그가 정상에 오르는 길 위에 한 명씩, 한 명씩 놓여 갔다.

자본주의의 가장 차가운 풍경이 거기에 있다.


영화의 절정 ─ 합법적 강탈

후반부, 영화는 한 단어로 압축된다.

법적 인수.

레이 크록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다.
맥도날드 코퍼레이션(McDonald's Corporation).

기존의 프랜차이즈 본부 맥도날드 시스템 주식회사와는 별개의 법인이다.
이름은 같다. 그러나 권리는 다르다.

자금 압박에 시달린 맥도날드 형제는 마침내 백기를 든다.
1961년, 모든 권리를 270만 달러에 양도한다.
당시로서는 막대한 금액 ─ 그러나 훗날 레이 크록 자신이 회고록에서 인정했듯,
맥도날드의 미래 가치에 비하면 헐값에 가까운 거래였다.

협상의 마지막 자리에서 형제는 한 가지를 부탁한다.
샌버나디노 1호점만은 자신들 손에 남겨 달라.
오랫동안 함께해 온 직원들에게 지분을 나눠주고 싶다는 이유였다.

레이 크록은 구두로 약속한다.
그리고 ─ 그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는다.

서면이 아닌 약속은 약속이 아니다.
이것 또한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반드시 일러두어야 할 진리다.

세상에 존재했던 최초의 맥도날드는,
바로 그 자리에서 Big M이라는 이름으로 잠시 살다가 문을 닫았다.

원조가 원조 아닌 것이 되어 사라지는 풍경.
영화는 그 마지막 장면을 길게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짧은 한 컷, 빈 주차장, 빛 바랜 간판.
그것으로 충분하다.


마이클 키튼이라는 사내

이 영화는 마이클 키튼의 영화다.

「버드맨」으로 부활한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거쳐 도달한 자리.
60대 중반의 한 배우가 야망이라는 단어 자체를 연기로 살아낸다.

그의 레이 크록에는 미화가 없다.
그렇다고 단순한 악역도 아니다.

키튼은 한 사내가 조금씩, 그러나 결정적으로 변해 가는 결을 미세하게 잡아낸다.
세일즈맨에서 사업가로,
사업가에서 기업가로,
기업가에서 ─ 무언가 다른 존재로.

그가 입꼬리를 끌어올릴 때마다
관객은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감탄과 불편함.

가장 좋은 연기는 관객을 한 가지 감정에 머물지 못하게 하는 연기다.
키튼은 그것을 해냈다.

그리고 그의 맞은편에는 닉 오퍼맨과 존 캐럴 린치가 있다.
형제의 무뚝뚝한 우직함, 보수적이고 윤리적인 결.
*혁신가가 아니라 장인(匠人)*이라는 인물형의 결을
두 사람이 정확하게 빚어 보여준다.


너무 사실적이어서, 재미는 부족한 영화

마스터의 시선으로 한 줄 짚어 두자면 ─

「파운더」는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폭발도 없고,
반전도 거의 없다.
주인공이 갑자기 각성하지도 않고,
누군가 마지막에 모든 것을 되찾지도 않는다.

영화는 정직하게 사실의 결을 따라 흘러간다.
한 사람이 어떻게 한 사업을 발견하고,
어떻게 그것을 키우고,
어떻게 결국 빼앗았는가 ─
그 과정을 군더더기 없이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두 시간 가까이 앉아 있는 동안
관객의 마음을 들뜨게 하지 못한다.

대신 ─

영화가 끝난 뒤,
극장 문을 나서서 한참을 걸어가는 동안
어딘가가 자꾸 결리는 듯한 감각이 남는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진 날 것 그대로의 메시지다.

미화하지 않았기에, 흥분시키지도 않는다.
그러나 미화하지 않았기에, 잊히지도 않는다.


강의실에서 이 영화를 권하는 이유

창업이라는 단어를 가까이서 다루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는 맥도날드 형제의 자리에 서 있는가, 레이 크록의 자리에 서 있는가.

대부분의 창업자는 형제에 가깝다.
좋은 아이디어, 진심 어린 신념, 가족을 닮은 작은 조직.
그러나 시장은 형제에게 친절하지 않다.
시장은 시스템을 확장하고 자본을 끌어들이고 끝내 지배한 자에게 왕관을 씌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둘 중 하나에 있지 않다.
답은 그 사이의 어떤 균형에 있다.

맥도날드 형제레이 크록

 

발명(Invention) 확장(Expansion)
품질(Quality) 규모(Scale)
가족(Family) 자본(Capital)
신념(Conviction) 끈기(Persistence)
작은 완벽 거대한 불완전

이 두 축의 어디쯤에 자신을 놓을 것인가.
어느 축으로 기울 때 반대편을 잃지 않을 것인가.

「파운더」가 우리에게 묻는 질문은 본질적으로 이것이다.

성공의 방법론을 가르치는 책은 세상에 차고 넘친다.
그러나 성공의 대가를 이토록 정직하게 보여주는 영화는 흔치 않다.

이 영화가 강의 교재로 적합한 가장 큰 이유다.


마치며 ─ '파운더'라는 이름의 무거움

영화의 마지막 장면.

레이 크록은 거울 앞에서 다시 한 번 persistence를 되뇐다.
이번에는 그의 얼굴 위로 ─
어떤 그늘이 짙게 깔려 있다.

성공한 사내의 얼굴이지만,
그 얼굴은 어딘가 외롭다.

영화는 그 외로움을 비난하지도, 동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곳에 두고, 카메라를 거두어들인다.

Founder.
창업자. 시작한 사람. 세운 사람.

이 한 단어를 둘러싼 한 평생의 다툼이, 한 편의 영화로 응축되어 있다.

스크린이 꺼지고 나서야
나는 노트의 첫 줄에 한 문장을 적었다.

"창업이란, 무엇을 만드는가의 문제이기 이전에
무엇을 끝까지 지킬 것인가의 문제다."

날 것 그대로의 영화는, 결국 날 것 그대로의 질문을 남긴다.

그 질문 앞에 정직하게 마주서 본 사람만이,
다음 한 걸음을 제대로 디딜 수 있다.


"이 세상 그 무엇도 끈기를 대신할 수 없다."
— 그러나 그 끈기가 어디로 향하는가,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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